2025년 1월 8일. 새해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네요. 모두 무탈한 하루 보내고 있나요? 「월간 읽는사람」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가까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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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이 하는 다짐 중 하나가 '책 읽기'일 텐데요.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다짐이라는 뜻이겠죠. 책을 펼쳐 놓고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일상 속에서, 한 권의 책을 차분히 읽어 내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읽는사람은 제안합니다. 함께 문학을 읽고 풍성하게 이야기 나누자고요. '읽는사람'은 이러한 약속으로 시작된 온라인 기반의 독서 장려 캠페인이에요. 우리는 시대를 초월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고전 문학과, 미래의 고전이 될 양질의 장편소설에 주목합니다. 소전서림의 세심한 큐레이션으로 선별된 작품들을 함께 읽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자연스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읽는사람은 단순한 베스트셀러를 넘어 진정한 문학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해요. 참여자들과 함께, 왜 장편소설인지, 고전문학이 지닌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지, 진정한 애서가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새해에는 「월간 읽는사람」과 함께, 좋은 문학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from.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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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겠죠. 고전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가꿔 나가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년 〈이달의 고전〉 24권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 나갑니다. 2025년 〈이달의 고전〉 테마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문학을 통한 세계여행'입니다. 그 첫 포문을 여는 1월의 여행지는 일본인데요. '美, 불타다'라는 강렬한 키워드로 묶인 두 작품을 지금 바로 만나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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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키워드: 美, 불타다 비교 키워드: 영원한 아름다움 VS 아름다움에 대한 질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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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과 『금각사』 모두 일본의 탐미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화재가 주요 사건으로 등장하는데, 『설국』의 요코는 화재로 사망하며, 죽음으로써 영원히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 『금각사』의 금각은 절대적인 미의 상징이나 질투에 휩싸인 주인공에 의해 불타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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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1937)
가와바타 야스나리 (1899 ~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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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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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을 여는 문장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주인공 시마무라는 총 세 번, 이 아름다운 ‘눈의 고장’을 방문하는데, 소설은 ‘손가락으로 기억하는 여자’ 고마코를 다시 만나러 가는 시마무라가 ‘눈에 등불이 켜진 여자’ 요코를 바라보며 시작된다.
시마무라는 거울을 통해 두 여자를 겹쳐 본다. 기차 안에서 집게손가락을 바라보며 이 손가락만은 여자의 감촉으로 젖은 채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생각하다가, 문득 그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선을 긋자 거기에 건너편 좌석에 앉은 요코의 한쪽 눈이 또렷이 떠오른다. 야산의 등불이 그녀의 눈동자와 겹쳐질 때, 요코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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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968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번역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설국』 번역이다. 그는 서양 세계에 일본 문학을 소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노벨문학상 수상식에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함께 참석했다.
+ 유자와 온천
작품 안에 직접적인 지명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설국』의 공간적 배경은 에치고유자와이다. 에치고유자와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묵었던 다카한 료칸과 고마코의 실제 모델인 마쓰에가 살던 숙소가 ‘설국관’이 되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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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1937)
가와바타 야스나리 (1899 ~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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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실제 사건을 면밀하게 취재하여 소설로 재구성했다. 금각사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감각을 미(美)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후 금각사의 도제가 된 미조구치는 금각에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방화를 저지른다.
주인공 미조구치가 방화를 하게 된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미에 대한 질투’이다. ‘미에 대한 질투’는 실제 사건에서 제시된 방화 동기이기도 하다. 미조구치가 해군 기관 학교 생도의 아름다운 단검에 몰래 칼자국을 새긴 사건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미에 대한 질투심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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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서는 미래의 고전이 될 장편소설을 찾아 나서는 활동, 〈이달의 소설〉은 매월 소전서림 큐레이션 국내외 신간 장편소설 중 한 권을 읽고 서평과 고전 지수를 평가합니다. 2025년 첫 큐레이션 도서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부커상의 영예를 거머쥔 헝가리와 불가리아 두 작가의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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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하임 남작의 귀향』 (202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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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했다. 첫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썼다. 두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세 번째 책을 썼다. 이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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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에 이은 라슬로 4부작의 마지막 작품. 벵크하임 남작은 집으로, ‘고향’으로 향한다. 더 이상 친숙하지도, 안전하게 보호해 줄 대상도 없는 그곳으로, 다만 애정을 갈구하면서. 오래되고 잊힌 첫사랑이자 단 하나의 기억을 좇아, 그 또한 원시적이고 오래된 감정을 따라 다시 귀향한다. 라슬로는 귀향을 다룬 선구적 작품들이 지닌 고전적 클리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벵크하임 남작은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을 품고 살아갔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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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셀터』 (2024)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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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제든 다시 읽고 또 읽을 수 있도록, ‘절대 질리지 않는 책’을 보관하는 책장에 꽂아두었다.” 올가 토카르추크(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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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시간의 부랑자라 불리는 남자, 가우스틴. 그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세밀히 재현한 ‘과거 요법 클리닉’을 고안한다. 그리고 취리히에 있는 한 건물에 층마다 각기 다른 십 년을 완벽히 재현한 최초의 클리닉을 만든다. 과거에 다시 살 수 있다는 개념은 나이나 병의 여부와 무관하게 점점 더 많은 이를 사로잡는다. 현재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 과거로 대피하겠다는 욕망은 점차 유럽 전역에 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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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예로부터 '아름다움'을 갈망해 왔습니다. 수많은 예술 작품, 문학과 영화는 이 열망을 끊임없이 그려왔죠. 하지만 그 이야기들의 결말은 대개 비극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를 동경하지만, 그 존재는 결코 영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사라지고 바래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무한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를 마주하면 감탄하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저항하게 되나 봅니다. 어떤 드라마의 대사처럼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라고 외치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절망적 몸부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과 좌절은 『금각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말더듬이인 자신의 모습과 절대적 미의 상징인 '금각사' 사이에서 깊은 괴리를 느낍니다. 그를 집어삼킨 것은 단순한 질투가 아닌,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 분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조구치를 추하다 하고 금각사를 아름답다고 정의하는 것 역시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말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기준에 사로잡혀 자멸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가곤 하니,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숙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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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본래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죠. 각자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모두 다르니까요. 하지만 개인의 아름다움이 타인의 평가 대상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최근 개봉한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는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스타 배우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이상 어리고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체되는 과정, 그리고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되찾으려는 필사적인 시도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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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것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선물일까요, 아니면 끝없는 추구 속에서 우리를 지치게 하는 굴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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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레터에서는 새롭게 시작한 이달의 소설/이달의 고전 선발대와 고독대의 진솔한 서평, 그리고 소전독서단의 이야기를 담아올게요. 해피 뉴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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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읽는사람」은 여러분의 답장을 기다립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레터에 대한 생각들도 좋아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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