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에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십 년 전에 쓰인 소설 속 주인공과 지금의 내가 어찌나 비슷한지! 심지어 시대도, 문화도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조차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을 때가 있죠.
어떤 책들은 마음속 깊이 남아 버립니다. 속절없이 빠져들고, 책을 덮고도 생각이 끊이지 않죠. 저 역시 자라면서 읽어온 책들이 하나둘 쌓이며,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요. 특히, 마음이 내려앉고 흔들리던 날들에 읽은 책들은 더욱 또렷하게 남아 있죠.
왜 어떤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읽히는 걸까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질문과 고민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어떤 책들은 세월을 넘어 다시 꺼내 읽게 되고, 어떤 문학은 시대를 넘어 새로운 독자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책들을 함께 찾아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문학을 읽을 수 있도록 길을 넓혀가고 있어요.
오늘은 지난 호에서 받은 답변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전해준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그전에, 시대를 넘어 미래의 고전이 될, 좋은 문학을 직접 찾아 나서는 〈이달의 소설〉과 고전 읽기의 의미와 즐거움을 발견하는 〈이달의 고전〉부터 만나볼까요?
from.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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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서평 | '이달의 소설' & '이달의 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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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문학을 읽고 풍성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달의 고전'을 통해 고전 문학을 깊이 있게 읽으며,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안목을 기릅니다. '이달의 소설'에서는 우리 시대의 뛰어난 소설들이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도록, 현재 출간되는 장편소설과 작가들을 꾸준히 살펴봅니다. '이달의 소설' 선발대, '이달의 고전' 고독대, 그리고 '소전독서단'이 들려주는 진솔한 서평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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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에이션 루트 | 마쓰나가 K 산조
메가의 노련한 지도하에 위험천만한 '베리' 산행을 한바탕 간접 체험하고 나면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더는 같은 사람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치 하타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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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MayB | 고전지수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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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불안에 시야를 침식당한 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길을 보여 준다.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선선한 등산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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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d0tory | 고전지수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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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를 타는 일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관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등산 마니아와의 리얼 산행 어드벤-쳐였던 게 외려 재밌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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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이요마 | 고전지수 2.4
홈랜드 엘레지 | 아야드 악타르
누군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수용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오만과 편견이 당연해진 고국에 대한 실재적 슬픔. 동등한 동화(同化)는 동화(童話) 속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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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여수 | 고전지수 4.6
무슬림 이민자의 가족사를 따라가다 어느새 미국과 세계 현대사의 민낯을 마주한다. 정직하고 날카로운 시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픽션과 논픽션의 아슬한 줄타기. 빠져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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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JuJu | 고전지수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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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던 미국. 더 이상의 드림은 없는 약탈과 식민의 미국적 자아를 재조명하며, 다양한 시선에서 미국을 새롭게 정의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에 신선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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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제니 | 고전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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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BC 5) | 소포클레스
시간의 뒤엉킴과 감히 예상도 못 할 반전에 휘말리며 진실을 찾는 인간은 어리석은가, 그렇기에 인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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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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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 자신의 서사에서 벗어나려 헤엄쳐도, 결국은 그 서사의 끝으로 다다른다. 하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허무한 결과가 아닌, 벗어나려 했다는 처절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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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파송송히송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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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반포된 진리를 제 육신으로 깨달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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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고벽돌
재능 있는 리플리 (1955)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살아가려면 자신을 속여야 하는 세상 속, 어쩐지 공감되는 리플리의 모습. 점점 침몰하는 리플리의 자아에 결국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얼마큼 나로서 살아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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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대 | 김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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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세련된 범죄 소설. 히치콕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유려한 문체, 매력적인 범죄자 캐릭터, 유럽의 여러 도시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 모두 무척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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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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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의 기만성과 반복된 요행이 결합하여 냉혹한 살인자가 태어난다. 『재능 있는 리플리』라는 태동기에서 발견된 씨앗들이 어떤 악의 꽃을 피울지, 다음 연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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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장미빛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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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서는 미래의 고전이 될 장편소설을 찾아 나서는 활동, 〈이달의 소설〉은 매월 소전서림 큐레이션 국내외 신간 장편소설 중 한 권을 읽고 서평과 고전 지수를 평가합니다. 4월 〈이달의 소설〉 큐레이션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질서 속에서, '나'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정체성과 자유, 관계와 권력을 둘러싼 동시대의 가장 예민한 질문들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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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2025)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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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새겨서 쓴 걸작.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을 진정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르 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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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보호받는 것인가, 가둬진 것인가? 나를 '나'로서 살 수 없게 하는 닫힌 세상을 이겨내도록.
펴내는 소설마다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석공 미모의 굴곡진 삶을 통해 풀어 가면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소설의 장면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생동감 넘치게 담아 냈다. 바티칸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비밀스러운 사연부터,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의 고난과 역경, 그의 운명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까지.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이탈리아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의 오렌지나무 가득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짙은 사이프러스 향을 맡고 석공의 돌 쪼개는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주인공 미모와 함께 하나의 생애를 살아낸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공쿠르상이라는 영예가 결코 무겁지 않은, 귀하고 드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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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2025)
비르지니 데팡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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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단에 다시 노벨상의 기회가 온다면 그 영광은 데팡트의 몫이다." 〈공쿠르상 선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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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우리는 적, 변방, 혼돈, 극단.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 존재를 거부하는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남성 작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폭력과 포르노그래피를 정면으로 다루며 프랑스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비르지니 데팡트. 데뷔 이래로 열일곱 살에 겪은 집단 강간,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이력, 성 노동자로 일한 경험, 퀴어로서의 정체성 등 비주류 여성으로 살아온 삶을 질료 삼아 폭력적 남성성과 정상성을 겨냥하는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 ‘무자비하고 가차 없는 남성 권력 처단자’ ‘로큰롤 에밀 졸라’ 등의 칭호를 얻으며 유럽 페미니즘 문학의 선두에 선 데팡트는 다양한 여성 군상뿐 아니라 비행 청소년, 이민자, 마약중독자 등 소수자들의 이야기로 작품 반경을 넓혀가며 르노도상을 수상하고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여성과 사회문제를 탐구해 온 작가가 가장 동시대적 고민을 벼려 완성한 작품이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미투 고발자, 미투 가해자, 관찰자이자 방관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오해, 예민, 과격, 역차별 등의 단어로 혼탁해진 ‘여성 혐오’를 논의의 장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온다. 성별, 나이, 계급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세 인물이 치열하게 반목하는 가운데, 작품은 치열한 반목의 끝에 무엇이 남을지, 파괴적인 대립 끝에 다시 마주 설 수 있을 지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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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서 내가 지지했던 단 한 편의 작품”(소설가 정한아)이라는 강력한 지지를 받은 제 3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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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체념과 무력감이 얽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읽고 쓰는 일’을 통해 비로소 감각하게 되는 내밀한 공명
『어둠 뚫기』는 삼십 대 남성 ‘나’의 삶을 패치워크처럼 엮어낸 소설이다. 야근과 무기력한 일상, 편집자로서 겪는 회의감,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의 이방인으로 살아온 시간. 그 모든 파편들 속에서 ‘나’는 소설을 쓰며 비로소 자기 자신을 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쓰기 위하여 타인을 감득한다'는 믿음으로, 그는 창작 수업에서 수강생들의 글을 읽으며 ‘내밀한 공명’을 체험한다.
또 하나의 축은 삼십칠 년을 함께 살아온 엄마와의 관계다. 커밍아웃을 외면하고 우울증을 의지박약이라 치부하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 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들려온 엄마의 고백—“그 숨 때문에 계속 살기로 마음먹었다”—은 서로를 향한 거리 위에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나’는 결국 완전한 이해가 아닌, 다만 있는 그대로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한 겹씩 진실을 벗겨내며, “오늘 하루만 더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형식보다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이 조용한 소설은, 독자에게도 자신만의 어둠을 통과하는 방식을 질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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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작품이다. 다층적인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이끌어 가는 점입가경의 스릴러."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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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고 후회하고 또다시 욕망하는, 현실적인 인물들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파헤치는 탁월한 묘사
최연소 부커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엘리너 캐턴이 10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자본과 계급, 테크놀로지와 환경 등 동시대의 이슈를 치밀하게 해부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페이지 터너이다.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버려진 땅에서 작물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의 일원들과, 후기 자본주의의 총아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르모인이 모종의 사건으로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념과 정치적 입장이 우리 자신을 정의하도록 만드는 지금 이 시대에, 각기 다른 사회적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결탁하고 대결하는 모습을 엘리너 캐턴은 놀라운 재능으로 생생하게 그려 낸다.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전개를 통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오락적 재미를 주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세밀하게 다듬은 인물들 사이의 역학과 낭비 없이 설계되어 맞물리는 사건들은 완성도 높은 문학적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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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겠죠. 고전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가꿔 나가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년 〈이달의 고전〉 24권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 나갑니다. 2025년 〈이달의 고전〉 테마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문학을 통한 세계여행'입니다. 4월은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두 권의 중국 고전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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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키워드: 중국인의 핵심, 인간의 핵심 비교 키워드: 봉건제에 대한 비판 VS 혁명가의 사회적 풍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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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중국의 근간이 되었던 관습과 사고를 비판하고 있다. 광인인 ‘나’는 ‘인의도덕(仁義道德)’이라는 글자 사이에서 ‘식인(食人)’을 발견하고, ‘나’ 역시 사람을 잡아먹는 이력을 가졌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중국 혁명과 대약진, 문화대혁명의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인생을 통해 보여준다. 두 작품은 온 몸으로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겪는 인간의 생을 통해 삶에 대한 보편적 질문에 다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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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는 작가가 처음 ‘루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작품으로, 1918년 4월에 쓰고 같은 해 5월 잡지 신청년(新靑年)을 통해 발표했다. 루쉰은 1923년 8월 첫 번째 소설집 『외침(吶喊)』의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글을 써보라는 친구의 제안에 당대 중국의 현실을 ‘쇠로 만든 방’에 비유하며 거절하려 하지만, 희망을 말하는 친구의 설득을 통해 작품을 창작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가령 말일세, 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 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 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 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 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 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 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고골의 광인일기
루쉰은 「광인일기」라는 작품 제목과 작품 형식을 동명의 고골 작품에서 빌려왔다고 밝히고 있다. 고골의 「광인일기」는 출세를 꿈꾸지만 소외와 좌절감 속에서 살아가는 9등관 포프리시친이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일기체 형식으로 그린다. 루쉰은 자신의 작품 「광인일기」를 고골의 울분보다는 더 깊고 넓으며, 역시 니체의 초인의 아득함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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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는 중국어 세계에서는 자신의 다른 작품이 『인생』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생은 물론 죽어서도 이 작품처럼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다시 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 작품이 이렇게 환영받은 이유는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가 흥행한 것이 이 작품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겠지만, 작가 자신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면은 그에게 글쓰기 스타일의 전환을 이끌어낸 서술 방식에 있다.
인생이 처음 발표된 1993년을 기준으로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대를 살펴보면, 10년 전 노인을 처음 만났을 때가 1980년대이고, 푸구이 이야기는 사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즉 1940년대 중일전쟁부터 문화대혁명 이후까지 중국의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역사가 인물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
"이 소설에서 나는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관해 썼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 Film
「인생」, 장이머우, 1994
133분, 컬러
『인생』을 원작으로 하는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중국 현대사의 국공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을 차례로 보여주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는 민중의 삶을 형상화했다.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위화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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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나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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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뉴스레터에서 '몇 년이 지나도 다시 읽고 싶은 책'에 대해 질문했을 때, 많은 분들이 생각지도 못 하게 정성스러운 글들을 남겨주셨어요. 역시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할 땐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법이죠! 나도 모르게 그 책을 만나게 된 사연까지 이야기하게 되어버리니까요.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요. 신기한 건,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좋다’고 말한 이유가 비슷했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책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혹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이었거든요. 삶과 죽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곱씹어보게 만드는 책. 그게 바로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사실 모든 답변이 다 공감되고 흥미로워서 소개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하나하나 정성껏 읽으며, 독자분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중에서 몇 편만 골라 소개해 드릴게요. (일부 답변은 분량이 길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부득이하게 요약하거나 편집을 거쳤습니다. 본문의 뉘앙스는 최대한 그대로 전해드리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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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작가 도서
조수경,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 박은지, 『여름 상설 공연』 / 김갑용 『냉담』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권여선, 『각각의 계절』 / 조광제, 『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 / 양귀자, 『모순』 / 장정일, 『아담이 눈뜰 때』 / 신형철, 『인생의 역사』
▪️ 해외 작가 도서
로버트 먼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 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사무엘 베트, 『고도를 기다리며』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 존 윌리엄스, 『스토너』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하엘 엔데, 『모모』 / 루이스 캐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호아킴 데 포사다, 레이먼드 조, 『바보 빅터』 /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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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핑 — 💘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논픽션 애독자였던 저는, 올해는 스스로에게 숙제를 주기 위해 고전을 읽기로 했습니다. 제 '로망'이었던 책들과 새로운 책들이 적절히 포함되어 있는 '노벨 연구소 선정 고전 100권'을 읽어보려고요. 반년이면 가능할까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이 책들을 읽어내려는 계획입니다. 시작한 이후로 『오만과 편견』,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드디어 『돈키호테』를 오늘 모두 읽었답니다.
그래서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저의 대답은 『돈키호테』입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편견만을 가지고 있던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에 대한 구태의연한 오래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편견을 완전히 없애주는 책이기도 했고, 인생에 대한 다양한 비유로, 우리는 돈키호테처럼 살아야 하나 그렇지 않도록 살아야 하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18일 동안, 기존 직장에서 뛰쳐나온 내가 '돈키호테'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렇게 '노벨 연구소 선정 고전 100권' 리스트를 읽으면서 기분 좋은 고전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번 이 '인생책'이 갱신되면 어쩌죠? 분명 『돈키호테』가 최고의 표를 받은 책이라고 기사에서 보긴 했지만, 다른 고전들도 이제까지 괜히 살아남은 작품들이 아닐 건데요. 오늘 퇴근길은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돈키호테』의 여운을 안고 말이죠.
📬 from. E
고전 문학을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돈키호테』를 만나셨네요! 고전 문학의 진짜 가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는 그 순간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돈키호테』는 워낙 고유명사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보니, 핑님처럼 선입견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당대에도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재미와 문학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작품이죠! ‘읽는사람’에서도 작년 마지막 〈이달의 고전〉을 『돈키호테』가 장식했답니다.
반년 동안 '노벨연구소 선정 100권'을 모두 섭렵하시고 고전의 매력에 흠뻑 빠지셨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바로 〈소전300권〉인데요. (3배나 늘어난 권수에 살짝 놀라셨죠? 😄) 전문가들의 자문과 감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전300권〉은,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을 고전이면서, 초보자도 스스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양서 목록이에요. '읽는사람' 홈페이지에서 리스트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어요. 😉
현재 읽고 계신 100권의 책을 모두 마치신 뒤, 어떤 책이 가장 좋았는지 꼭 뉴스레터에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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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Sun — 💘 『여름 상설 공연』, 박은지
3부를 여는 첫 시, 「정말 먼 곳」. 저는 이 시를 동명의 영화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활자가 아닌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시는 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져 마음에 깊이 새겨졌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시집을 구매했습니다. 별 거리낌 없이 구매한 시집의 첫 장을 읽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글이라서 읽기는 하지만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뭘 느껴야 할지 몰랐고, 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분석하는 기술을 배웠던 기억에 저도 모르게 감상하는 것이 아닌 시를 해체하려 들었습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서너 장 더 읽다가 그대로 책을 덮고 한 달을 보냈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푸른 시집의 등을 보며 언제 읽나 생각만 하다 어느 주말 아침 그냥 꺼내 읽었습니다. 이해가 안 돼도, 뭔지 모르겠어도 그냥 읽어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시를 전시물처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 해체하며 배웠던 시들과 다르게, 박은지 시인의 시는 기묘한 시어들이 툭툭 튀어나왔습니다. 목차에 따라 차례차례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시들을 감상하다 보니 몽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시인이 사랑과 삶에 대해 말하는 게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시가 보이는 경험을 하고 나니 장르 자체에 대한 부담이 덜해졌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문득문득 시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너무 그 경험이 강렬했던 나머지 심지어는 '언젠가 힘들 때 박은지 시인의 시를 베어 물며 나아갈 수 있겠구나!' 하며 힘든 일을 바라는 철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게 여름 상설 공연은 첫사랑과도 같은, 시를 관람하는 법을 알려준 첫 시집이 되었고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몇 번이고 다시 볼 것 같습니다.
📬 from. E
회원분들의 답장을 읽으며 저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은 처음부터 기대한 대로 좋았던 책이 아니라, 오히려 선입견이나 실망을 딛고 그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된 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우리는 '잘 읽고 싶다'는 마음에, 시든 소설이든 한 문장도 놓치지 않으려 정독하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책에 흥미를 잃기도 하고요. 그런데 Sun님처럼 시를 ‘이해’가 아니라 ‘느낌’으로 읽어가는 방식을 터득한 순간, 시가 정말로 ‘보이기’ 시작한 그 감각은 정말 잊히지 않을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시는 읽기를 유독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Sun님의 방식으로 시에 다시 다가가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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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박북북 — 💘 『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 레이먼드 조
이상하게도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나 ‘기억에 남는 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이 책이 먼저 떠올라요. 왜일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제가 '바보 빅터'처럼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빅터는 천재임에도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따라 바보처럼 살아가는데요. 그러다 자신이 천재임을 깨닫고, 결국엔 사람들에게도 ‘천재’로 불리게 돼요. 반면 저는 여러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바보라는 틀에 가둔 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제 곁에는 ‘할 수 있다’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도, 저를 자꾸 낮추는 건 결국 저 자신이더라고요.
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지 먼저 떠올랐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책에도 나이에 맞는 구분을 두곤 하잖아요. 동화책이나 청소년 문학처럼요. 그런데 그 구분이 때론 우리를 더 바보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어릴 땐 모두가 한 번쯤 읽었을 법한 책들인데, 성인이 된 후엔 그런 책을 다시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어쩌면, ‘사회의 기준’에 지나치게 맞춰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답변을 쓰며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다시 펼쳐 보았는데, 그동안 미처 몰랐던 사실이 보이더라고요. 빅터는 늘 행복했다는 거예요. 저는 제가 바보인 게 늘 불안하고 한심스럽고 두려웠는데, 빅터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봤어요. 바보인 건 행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요.
읽는다는 건 감정과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했는지, 그리고 나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준 책입니다.
💌 from. 로완 —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내 안에 사랑이 부족할 때,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을 때 다시금 읽는 책입니다. 따뜻한 대접을 받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월간 읽는사람」도 읽으면서 따뜻해집니다.
💌 from. 다이내믹튀김 —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이번 「월간 읽는사람」을 보고 정말 많은 책이 떠올랐지만 『프랑켄슈타인』을 꼭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고전을 익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라 생각해요. 『프랑켄슈타인』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호러물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괴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끝없는 슬픔이 느껴집니다.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이런 걸까?' 할 때가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있다고 생각해요. 책 속의 괴물은 끝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비교합니다. 겉모습만 다를 뿐, 책을 읽으며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사람들은 그의 겉모습을 보고 소리치고, 도망가고, 폭력을 쓰려고 하죠. 우리의 세상이 조금 더 과격했다면, 우리 또한 괴물의 입장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이나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찰 때 『프랑켄슈타인』을 읽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은 내가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더 친절하게 행동하고 싶어지게 해요. 인생을 살아가며 잠깐의 시간 동안 스쳐 지나가게 되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느끼게 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 from. 슝슝 — 💘 『냉담』, 김갑용
두 계절 지나고 읽었는데도 여전히 좋더라고요.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리 보인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꼽고 싶고, 현대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정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쉬운 소설은 아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소설을 읽으며 배워가는 게 많습니다. 분명 진가를 알아보는 세대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게 작가님 생전이 되길 바랄 뿐이죠.
💌 from. 희키 —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미래만 바라보던 내게 '지금'의 가치를 알려준 책. 매일 쳇바퀴처럼 살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밤새 야근하던 습관을 줄이고, 가끔은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다. 너무 먼 미래만 생각하며 일상의 소중함, 감사함을 놓치는 때가 많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자주 펼쳐보며 오늘을 어떻게 살지 고민했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지금 다시 읽는 중인데, 처음 읽을 때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 삶의 방향을 바꿔준 은인 같은 책.
💌 from. 이요마 — 💘 『벤야멘타 하인학교』, 로베르트 발저
주인공 야콥 폰 군텐은 스스로 '영(0)'이 되고자 하는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다 버리고 하인학교에 들어가죠. 어느 순간부터인지 살다보니 자신도 가치와 의미보다는 돈과 명예 같은 것에 천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꺼내 읽습니다. '내가 정말로 바라는 건 무엇일까.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자주 잊게 되는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저를 다시 원래의 궤도로 이끌어주는 책이기에 저에겐 가장 특별한 책입니다. 앞으로도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좋은 책으로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 from. Joy — 💘 『모순』, 양귀자
우리의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모순을 피하려 모두가 발버둥 치지만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그 모순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 그 자체임을 보여주는 현실을 담은 책.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실체를 꼬집어 보여 준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는 책.
💌 from. 고고 —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얼마 전부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을 찾아 읽고 있어요. 잘 살아가기 위해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 죽음이니까요. 책을 통해서라도 익숙해지고 싶었어요. 두렵기만 한 마지막을 덤덤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싶었던 거죠. 언젠가 당연히 맞이할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듯해서요.
그런데 욘 포세의 작품 속 인물들이 무심하게 겪어내는 죽음을 글로 읽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새삼 인정하게 됐어요. 그동안 생의 마지막에 대해, 그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갈 의미에 대해 마음먹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요.
여전히 두렵지만, 거듭 읽으면서 살아가는 일과 죽는 일에 대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 가려고 해요. 마지막 순간을 예정하거나 대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런 느닷없는 순간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지네요.
태어난 일이 그렇듯, 사라지는 일 또한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면, 욘 포세의 글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여야죠.
💌 from. 3ms — 💘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조수경
자살 지원 센터가 합법화된 설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부터 신선하다. 죽고 싶은 사람에게도 내일은 있다. 그들에게 다른 내일을 보여 주는 것은 무지한 우리의 몫이다.
‘아침이 올 때마다’가 아니라 ‘아침을 볼 때마다’라는 말. 내 의지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말. 해는 알아서 뜨고 지지만, 아침을 보는 것은 오롯이 내게 달려 있다. 나는 내일도 아침을 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떠올리겠다. 어딘가에 별로 스러진, 또는 어딘가에서 함께 아침을 보고 있을 당신을.
작가는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라고 했다. 낭만적인 제목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이야기라서 이 소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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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그럼 혹시.. '읽는사람'이 크게 적힌 '소전문화재단'의 부스를 보신 분은요?
작년엔 정말 많은 관람객이 도서전을 찾아주었고, 감사하게도 저희 부스를 좋아해 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올해 6월, 소전문화재단이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더욱 특별한 모습으로 참가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준비했을지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여러분께 하나 스포일러를 해드리자면.. 이번 도서전에서는,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굿즈와 소전문화재단의 문학 출판사인 소전서가의 따끈따끈한 신간을 가지고 나타날 예정이예요. (갓 나온 신간 소식은 다음 호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앞으로 뉴스레터에서, 도서전을 준비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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