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 달력을 보니 어느덧 7월입니다.
새해 다짐을 이야기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저희 읽는사람 팀은 상반기 내내 도서전을 향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여름 한가운데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상반기는 어땠나요?
올해는 지난해의 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로 시작됐죠. 새로운 싹을 틔우기에는 어딘가 불안하고 복잡한 심정이었던 분들도 많았을 거예요. 그러고 보면, 우리 어릴 적 과학 시간에 배운 ‘저항(resistance)’이 떠오릅니다. 전류가 흐를 때, 그 흐름을 방해하는 힘. 저항은 단순히 막아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방향을 바꾸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저항이 없다면 전구는 빛나지 않고, 열도 만들어지지 않죠.
이번 7월의 〈이달의 고전〉 큐레이션은 바로 그런 ‘삶 속의 저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와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억압 속에서도, 흐름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읽어 보려 합니다. 저항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되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것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계신가요? 제 경우는... 더위에 맞서며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고 도심을 지킬 예정입니다. 들뜬 공기와 축제, 방학의 기운으로 한결 느슨해진 도시의 분위기를 은근히 좋아하거든요. 더운 날씨 속에서도 무언가를 지켜내고, 작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때로는 멈추지 않고 걷는 것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여름이 되겠죠. 그 곁에 책 한 권, 함께 놓아두면 더 좋을지도 모르고요.
from.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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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서평 | '이달의 소설' & '이달의 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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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문학을 읽고 풍성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달의 고전'을 통해 고전 문학을 깊이 있게 읽으며, 좋은 문학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안목을 기릅니다. '이달의 소설'에서는 우리 시대의 뛰어난 소설들이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 수 있도록, 현재 출간되는 장편소설과 작가들을 꾸준히 살펴봅니다. '이달의 소설' 선발대, '이달의 고전' 고독대, 그리고 '소전독서단'이 들려주는 진솔한 서평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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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왕 | 마자 멩기스테
자신의 심지에 불을 붙일 용기가 있다면 사람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끌어들이며 환한 빛을 뿜고, 손댈 수 없는 온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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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여수 | 고전지수 4.6
역사의 폐부를 가르며 솟아오른 여성들의 목소리는, 억압의 시대를 찢고 새로운 시대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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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헤세 | 고전지수 3.2
단순한 전쟁 서사로 읽어서는 안 되는 소설. 승자의 기록이 아닌 패자의 기억에서 복원되는 에티오피아의 역사. 그림자 왕은 누구인가, 과연 현재에도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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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슝슝 | 고전지수 2.8
동생 | 찬와이
모든 청년은 시대와 불화한다. 시대의 틈새에 빠질 것인지, 그 틈새를 뛰어넘을 것인지는 청년의 선택이다. 다만 필요한 건 사랑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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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한프로 | 고전지수 3.8
전반부 유쾌 발랄한 커이 커러 남매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바랐다. 누가 이들에게 무력감과 트라우마를 주었나. 최루탄 시위에 기시감을 느끼는 한국 독자로서 홍콩의 밝은 미래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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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lyleen | 고전지수 3.2
동생 커러의 모습은 수많은 시대와 나라에 흩뿌려진 우리의 모습 같다. 무 자르듯 뚝 끊기는 결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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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임김 | 고전지수 3.4
아이들의 집 | 정보라
공공성과 사적 책임의 경계에서 돌봄은 유예된다. 정보라는 이 경계의 위기를 미스터리로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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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 | 네온 | 고전지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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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단편의 완성도에 비해 아쉽다. 소재와 주제는 독자에게 분명 깊은 고민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서술에 있어서 작가의 편향적 태도가 보이는 것과 정교하지 못한 상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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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하료 | 고전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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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죽음을 통해 인권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실패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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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딩굴댕굴 | 고전지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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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스완네 집 쪽으로 (1913) |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문장은 감정과 기억의 심연을 천천히 파고들며, 예술로 시간의 폭정을 벗어나는 독서의 황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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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밀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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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단하다고 하는지 알겠다. 왜 읽기 힘들다고 하는지도 알겠다.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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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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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장소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사소한 기억 하나에 울고 웃게 된다. 아스라한 기억을 풀어내는 문장들이 정확하고도 아름다워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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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대 | dm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1978) | 파트릭 모디아노
읽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특히나 공백을 곱씹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잃어버린 과거는, 잘려나간 삶은 여전히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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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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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이루어진 점묘화. 읽으면서는 점에만 골몰하느라 안개 속을 걷는 듯하다가 읽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형태. 존재와 존재. 그 사이의 공간. 기억으로 연결되는 당신과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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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단 | 다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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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기억의 자장 속에서 외치는 말,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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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대 | 금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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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서 미래의 고전이 될 장편소설을 찾아 나서는 활동, 〈이달의 소설〉은 매월 소전문화재단 큐레이션 국내외 신간 장편소설 중 한 편을 읽고 서평과 고전 지수를 평가합니다. 7월 〈이달의 소설〉 큐레이션은 상실과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다시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낯설고도 깊은 이번 큐레이션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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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서 불꽃이 일어 스스로 불탄 사람이 있다지 지독한 감정에 장기가 녹아 죽음에 이른 사람도 있다지
화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재화된 고통, 상처, 슬픔을 꺼뜨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행해진 폭력으로 인해 씻어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덮고 있는 상흔을 버겁게 그러안고 간신히 살아내더라도 그 화기가 더 큰 불길로 번지는 순간, 너무나 연약한 존재들이 폭력에 노출되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스러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는 바로 그 순간 다시 한번 폭력에 노출된다. 그리하여 어떤 삶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걸게 되고 또 누군가는 결국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그 폭력은 누구에게도 가능한 것이 되어 그 몸집을 부풀릴 수 있다. 그리하여 폭력을 폭력으로 똑바로 직시하는 일이 바로 그 폭력을 멈출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그 어렵고 묵직한 발걸음이 시작이 이 소설과 함께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기를 작가는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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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과 자연의 지극한 아름다움 지구의 호흡과 하나가 된 이들이 그린 인류의 자화상
2024년 부커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궤도』는 실제 우주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를 공전하는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들의 24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우주라는 고독한 공간에서 그들은 열여섯 번의 일출과 일몰을 맞이하고, 경이로운 지구의 풍경과 인간 삶의 연약함을 응시하며 사색에 빠진다. 작가는 포크, 침낭, 별빛 등 미세한 사물들과 풍경을 아름답고 리드미컬한 언어로 묘사하며, 독자를 우주 속 감각의 장으로 이끈다.
이 소설은 그저 읽는 이를 우주라는 완전한 고독 속에 빠뜨려 지금껏 봐 온 세상을 낯설게 만드는 기묘한 감각을 갖게 한다. 그 감각이 찬란하고 푸른 지구에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변화를 꿈꾸게 하는 불꽃을 피운다. 정교한 묘사, 의도적인 쉼표와 공백으로 이뤄진 작가 특유의 글쓰기는 우주선 창밖으로 끝없이 잇따르는 빙하와 사막과 계절처럼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해 이 사유의 여정에 깊숙이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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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사람들이 온다 들판의 신, 밤의 신이 되어서 온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 남부 지역의 작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작가인 ‘나’가 고향과 가정의 갑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된 ‘떠남’의 기억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귀환을 실현하는 ‘돌아옴’의 기억, 그리고 과정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한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유년의 기억과 그때의 심리가 타이완 고유의 불가와 도가, 토착 민간 신앙이 결합된 신화 혹은 귀신 이야기에 투영되어 전개되며, 허구적 요소가 비교적 적은데도 마치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특수한 형태의 판타지를 구성한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타자화한 작가 개인의 삶의 기록이라는 사실선, 그리고 작가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귀신들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와 서술이라는 판타지선이 날줄과 씨줄로 텍스트 전체를 구성하면서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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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화처럼 정교하게 찍힌 문장들이 열병처럼 휘몰아친다. 이 책이 끝났다는 사실에 탄식하고, 김주혜의 새로운 작품을 끊임없이 고대하게 하는 위대한 소설이다.” — 워싱턴 포스트
단 한 번의 완벽한 비상에 인생을 건 프리마 발레리나의 마지막 도약. 상처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믿으며 살아온 무용수 나탈리아.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아버지처럼 그는 도시에서 도시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떠나온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 세 도시를 배경으로 발레계의 야망과 경쟁, 예술과 정치가 충돌하는 치열한 무대 위에서 그의 화려하고도 외로운 삶이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나탈리아는 가장 높이 날아오른 순간, 가장 깊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작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레 무대 위에서 한 예술가가 자신과 싸우는 내면의 전쟁을 ‘협주곡’처럼 그려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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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몸, 나의 고통, 나의 과거
방향을 정한 강화길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빠르게 내달린다. 멈추지 않는다. 『치유의 빛』은 ‘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내세우며 하나의 덩어리-몸-에 갇힌 인물들의 서사를 묵직하게 쌓아 올린다. 가족, 타인의 시선, 학교, 도시, 마을, 종교 등 여성을 둘러싼 억압의 레이어를 중첩시키고 도려내듯 다시 벗겨낸다. 표출하지 못해 짓눌린 감정. 통증으로 뒤덮인 신체.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단단히 뭉쳐진다.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그 모든 덩어리들을 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인물은 곧 독자의 거울이다. 나아가 소설에 설화처럼 등장하는 이야기 ‘힐라리아와 안티오페’, ‘호랑이 뱃속에 들어간 여인들’은 『치유의 빛』에서 다루는 몸이라는 공간에 대한 거대한 알레고리가 된다.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치유의 빛』은 하나의 몸이자 공간으로 완성될 것이다. ‘강화길이라는 장르’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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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이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겠죠. 고전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가꿔 나가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년 〈이달의 고전〉 스물 네 편을 소개하고 함께 읽어 나갑니다. 2025년 〈이달의 고전〉 테마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문학을 통한 세계여행'입니다. 7월은 '낙인 찍힌 여자들'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두 편의 고전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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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키워드: 낙인 찍힌 여자들 비교 키워드: 죄인이라는 낙인 vs 마녀라는 낙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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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와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는 17세기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홍 글자의 주인공 헤스터는 간통죄를 뜻하는 A를 가슴에 수놓고 등장한다. 주홍 글자의 낙인은 심판대의 형벌이 끝나도 이어진다. 티투바는 1692년 세일럼 마녀재판의 희생자였던 실제 인물로, 흑인 여성 노예였기에 언급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마리즈 콩데는 티투바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미국 사회를 비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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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로맨스라고 부를 때는, 그 양식이나 소재에 있어서 소설을 쓴다고 인정할 경우에 누릴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어떤 자유를 주장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850년, 갈색 무광 천으로 양장 된 『주홍 글자』의 초판본 표지를 넘기면 다음의 순서로 제목이 등장한다 : ‘The Scarlet Letter’, 쉼표, 그리고 ‘A Romance’
호손은 이 작품의 부제인 ‘로맨스’를 단순히 장르 구분을 위한 분류어가 아닌, 일종의 문학적 선언으로 남겼다. 그가 말하는 ‘로맨스’는 현실 너머를 탐색하는 상상의 자유, 인간의 영혼이 지닌 빛과 어둠이, 상상과 현실이 ‘서로 물드는’ 지대, ‘인간의 마음의 진실을 제시할 권리’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홍 글자』는 간통이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중심에 놓고도,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가 아닌, 그 사건 이후를 ‘어떻게’ 겪어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로맨스’는 죄를 지은 이후의 삶에서 탄생한다.
[..]
“이리 올라와요, 헤스터, 펄도 함께. 두 사람은 여기 선 적이 있지만 나는 함께하지 않았소. 다시 올라와서 우리 셋이 함께 서봅시다!”
『주홍 글자』의 가장 강렬한 장면들은 모두 처형대 위에서 벌어진다. 이곳은 단지 형벌이 집행되는 공간이 아니라, 청교도 사회의 위선적인 연극이 진행되는 장이자, 누군가에게는 고백의 무대이기도 하다. 딤즈데일은 밤에 혼자 이 무대 위에 올라 고백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죄를 밝히며 헤스터와 펄의 곁에 선다. 딤즈데일이 진실을 말하는 순간, 그는 구원받고, A는 더 이상 간통을 의미하는 ‘Adultery’가 아니라 ‘Atonement(속죄)’ 혹은 ‘Authenticity(진정성)’을 상징하게 된다. 이 지극한 ‘도덕적 우주’ 속에서 진실을 향한 상상력으로 완성되는 서사, 이 순간이야말로 호손이 말한 ‘로맨스’가 성립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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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1968)
마리즈 콩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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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대체, 왜?
마리즈 콩데의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는 역사의 뒤편에서 지워진 한 여자의 삶을 복원하고, 그의 목소리를 통해 억압받은 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여정을 그린다. 콩데는 17세기 말, 미국 세일럼 마녀재판의 광기 속에서 자신이 마녀임을 자백했지만 처형되지 않고 살아남은 유일한 실존 인물 ‘티투바’의 삶을 재구성한다. 카리브해 노예 농장에서부터 뉴잉글랜드의 차가운 땅까지, 노예제와 식민주의, 그리고 뿌리 깊은 차별이 지배하던 시대로 들어선다.
"넌 살면서 고통을 많이 받을 거다. 많이, 많이."
"하지만 넌 살아남을 거다!"
티투바는 어린 시절부터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전통적인 주술과 치유법을 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의 삶은 노예로서 겪는 육체적 고통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비극으로 점철되지만, 그러한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내면의 강인함과 정신적인 자유를 잃지 않는다. 세일럼의 마녀 재판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음에도 티투바는 '마녀'라는 낙인을 오히려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며 불의에 맞서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간다. 독자들은 티투바의 강렬한 생애를 통해 역사가 외면했던 소외된 이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존엄했는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죽은 자는 우리 마음에서 죽어야만 죽은 거다. 우리가 망자를 소중히 여기면, 우리가 망자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면, 우리가 망자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무덤에 갖다 놓으면, 우리가 규칙적으로 망자를 추모하고 망자와 교감하기 위해 묵상을 한다면, 망자는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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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 상반기 '무엇이 가장 좋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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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난 여섯 달을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볼까요? 연말에 열두 달을 한꺼번에 돌아보려면 조금 버거우니까요. 이렇게 잠시 멈춰 상반기를 돌아보다 보면 남은 하반기도 더 다채롭게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제가 상반기에 느꼈던 좋았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볼게요.
상반기 가장 좋았던 음악은 Perfume Genius의 〈Jason〉이었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 일요일 밤, 작은 공간에 들어섰는데 그곳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 곡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듣는 순간 무척 마음에 들었던 곡이요. 축축하고 눅눅한 공기와 너무도 잘 어울렸달까요. 저는 하나 꽂히는 곡이 생기면 한동안 그 노래만 반복해 듣는 편인데요, 그날 이후 줄곧 이 곡을 들었습니다. 실은 원래 제 취향의 곡 스타일은 아닌데, 지금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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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또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처럼 더운 날엔 걷다 보면 문득 화이트 와인 한 잔이 생각나죠. 상반기 가장 좋았던 한 잔을 꼽자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시원했던 어느 맑은 날, 친구와 산책을 하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와인바에서 마신 Domaine Barraud의 화이트 와인, Pouilly-Fuissé Vieilles Vignes ‘Alliance’가 떠오릅니다. 저는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기보다, 복합적인 풍미와 균형감이 좋은 와인을 좋아하는데요. 그날 마신 이 와인은 그런 취향에 잘 맞았어요. 게다가 와인을 정말 사랑하는 사장님 덕분에, 정성스러운 컨디셔닝과 서빙까지 더해져 더욱 기분 좋게 즐겼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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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가장 좋았던 영화는, 개봉작은 아니지만 지난 4월 즈음 기획전을 통해 본 프랑스 다큐멘터리 〈Chronique d’un été (어떤 여름의 기록)〉입니다. 여름 한철 파리지앵들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품으로,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험적인 구성의 작품으로 취향 저격을 당한 작품이었죠. 여러분이라면 질문에 어떻게 답하실건가요. 행복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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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가장 좋았던 전시, 공간, 이야기, 사람.. 꼽아보자면 수도 없이 많지만 그건 제 일기장에 쓰도록 하고요. 😉 마지막으로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좋았던 책들은 많았지만 지금 가장 떠오르는 작품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동네 공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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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은 동네 공원의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대해 아주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되고, 그렇게 끝이 납니다. 둘 사이에는 어떤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들의 대화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독특한 대화체를 가진 이 작품은 누군가에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라는 의문을 남길 수도 있을 텐데요.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방치된 이들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나, 삶에 닿아 있는 여러 주제를 건넵니다. 노동과 직업, 관계, 소통, 벗어남, 희망, 체념 같은 이야기들이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지도 않고, 유대감, 위로와 같은 감정에 집중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두 사람의 존재가 공존하는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죠.
자,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상반기에 어떤 순간과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책 한 권 또는 어떤 작은 기억이든 괜찮습니다. 느슨하지만 매달 메일함에서 만나는 여러분의 상반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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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 이 계절의 소설 『연매장』 독서 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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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사람은 매달 신간 장편소설을 〈이달의 소설〉로 선정하여 여러분께 소개하고 있어요. 이번 달은 다섯 편이 선정되었고요. 이달의 소설은 단순히 큐레이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발된 독자들과 함께 작품을 직접 읽고 서평을 쓰고,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고전 지수 평점'을 매기는 활동까지 이어집니다. 이 작품이 과연 오래도록 읽힐 '고전'이 될 수 있을까? 독자 스스로 평가해보는 시간이죠. 어느덧 함께 읽어나간 작품만 벌써 292편이 넘어요!
매달이 모여 계절이 되듯, 이달의 소설은 〈이 계절의 소설〉로 이어집니다. 매 분기 이달의 소설 큐레이션 중 고전 지수 평점이 가장 높은 작품을 이 계절의 소설로 선정하여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올해 이 계절의 소설, 여름. 어떤 작품이 선정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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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 계절의 소설, 여름〉 선정작은 팡팡의 『연매장』입니다. 5월 이달의 소설 큐레이션 중 하나였던 이 작품은 무려 3.9점의 평점을 받으며 이 계절의 소설로 선정되었죠. (👉『연매장』 서평 살펴보기)
선정된 〈이 계절의 소설〉은 각자 심도 깊은 평가를 나누며 동시에, 참여자들끼리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뉴스레터가 도착한 오늘이 온라인 독서 모임 채널 '그믐'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마지막 날이네요. '그믐'에서는 금정연 서평가와 강보원 평론가, 최가은 평론가와 함께 작품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 작품을 수십 명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는 것, 참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요? 그믐 모임에서는 각자가 작품을 감상하며 궁금했던 점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질문하고, 서로 답을 찾아가기도 해요. 작품을 읽으며 참고했던 자료를 가져와 함께 나누기도 하고요. 특히 이번 작품처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각자의 해석과 시선이 모여 훨씬 더 풍성한 감상이 되기도 하죠.
퇴근 후 시간을 내어 대화를 남기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읽은 부분에 대한 감상을 전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모여 주고받는 대화와는 조금 다른 템포지만, 그만큼 각자의 리듬이 묻어나는 대화죠. 그래서 지난 봄 그믐 모임에서는, “직접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 여름 모임에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믐 모임을 이끌었던 금정연 서평가와 함께,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해요. 그믐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셨더라도 작품을 읽으셨다면 누구나 환영입니다. 다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그믐 모임의 대화를 미리 읽고 오시면 더 풍성한 시간이 될 거예요. (👉 그믐 독서 모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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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소설, 여름〉 독서 모임
- 일시: 7월 12일 (토) 오후 3시 (2시간) - 장소: 소전문화재단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 진행: 금정연 서평가 - 참가비: 1만 원
- 도서: 『연매장』, 팡팡
이번 여름, 모여서 『연매장』에 대한 이야기 자유롭게 나누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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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읽는사람」은 여러분의 답장을 기다립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레터에 대한 생각들도 좋아요!
같이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나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좋고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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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사람님, 더 많은 문학 이야기가 읽는사람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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